유럽에서 밥 먹기

먹는 문제는 한국 사람들의 해외여행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장거리 장기간 여행을 많이 해본 나의 경험으로 본다면 그것은 절대적이다.

먹는 문제는 입맛이나 비용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여행중 건강, 컨디션 유지에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별로 체질이나 식성별로 큰 차이도 있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김치와 밥을 먹지 않고도 얼마든지 지낼 수 있다든지

평소에도 밥보다는 햄버거나 치킨을 더 좋아한다든지….. 하는 사람이라면

유럽에 가서도 별 문제 없을 수 있다.

 

그러나 김치 없이 밥 먹어본 적 없는 토종 한국 사람이라면 유럽에서도 밥을 먹어야한다.

그런 사람은 현지식을 소화시킬 능력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소화기관은 평소 우리가 먹던 음식에 최적화 되어있다.

생전 먹지 않던 음식이 들어오면 우리의 소화기관은 그것을 처리할 능력이 없으므로

뱃속을 떠도는 불순물로밖에는 인식하지 못한다.

소에게 고기를 먹이면 병이 걸리고 사자는 풀을 뜯어먹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람이 잡식성이라 하지만 누구나 이 세상 무엇이나 다 먹고 다 소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먹는 양식과 유럽에서 먹는 양식은 재료도 맛도 영양도 다르다.

더구나 평소 양식을 즐겨먹지도 않았던 사람이

먼 남의 나라에 가서 생전 처음 먹는 음식들을 계속 사먹으며 여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모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그런 위험은 더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