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장거리 운전

 

유럽 자동차여행을 떠나며 누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장거리 운전에 대한 부담이다.

도시간 이동거리를 따져보고 그것을 우리나라의 경우에 견주어 생각해보면 작지 않은 부담이 된다.

그러나 유럽의 도로는 한국보다 훨씬 편하다.

한국의 도로보다 편하고 빠르기 때문에 같은 시간 운전해도 더 많이 갈 수 있고

먼 거리를 운전해도 피로감이 덜 하다.

감각적으로 비교해본다면 같은 시간 이동거리나 같은 시간의 운전 피로도에서 1.5배의 차이는 있는 것 같다.

 

 

유럽 고속도로의 일반적인 모습. 이보다 차가 많을 때도 있지만 앞뒤에 차 한 대가 없을 때도 있다.

 

 

 

한국의 고속도로에서는 평균 시속 100km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대략 400km인데, 이 구간을 네 시간에 주파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제한 속도 자체가 100km로 되어있고 어디를 가든지 차가 많아서 빨리 달릴 수도 없다.

주행선과 추월선의 구별이 없으므로 끊임없이 지그재그 운전을 해야 하고

예측 불가능한 주변 차들을 신경써야 하므로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그러나 유럽의 고속도로는 주행차선과 추월차선이 ‘철저하게’ 구분돼 있다.

누구에게나 추월차선은 추월할 때만 잠깐 들어가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대도시 주변을 제외하면 추월차선은 대부분 텅텅 비어있고

빨리 달리는 차는 얼마든지 빨리 달릴 수가 있다.

 

 

독일의 시골길. 고속도로도 그렇지만 지방도로도 대도시 주변지역을 제하면 매우 한적하다.

 

 

유럽에서 서울-부산 정도의 거리라면 천천히 가도 4시간,

빨리 가기로 마음먹으면 3시간, 2시간 30분에도 갈 수 있다.

그래서 프랑크푸르트~베를린 사이의 왕복 1000km 가 넘는 거리를 아침에 출발해서

일 보고 저녁에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비행기 타고 어쩌고 하는 것보다 그것이 편하다고 한다.

그런 정도이므로 하루 평균 300km 씩 여러 날 운전하는 것은, 유럽에선 아무것도 아니고 교대운전도 필요 없다.

 

 

 

교대운전

 

 

‘교대운전’으로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다.

결론부터 말 한다면 유럽에선 굳이 교대운전을 할 필요가 없다.

앞에서도 말한것처럼 시내에서든 고속도로에서는 유럽에선 운전하는 게 한국처럼 피곤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시내에서 잠깐씩 돌아다니는 것이야 말 할 필요 없는 일이고

장거리 구간을 이동할 때도 교대운전은 필요 없다.

 

 

요즘 차는 대부분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써보고 싶어도 쓸 수가 없지만

유럽의 장거리 운전에서 꼭 필요한 기능이 ‘크루즈 컨트롤’이다.

일정한 속도에 맞춰놓고 가속페달을 밟지 않고 가는 것이다.

유럽의 한적한 고속도로에서는 10분 20분, 마음만 먹으면 한시간 씩이라도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운전을 할 수가 있다. 차가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지평선 끝까지 앞 뒤로 차 한 대도 없이 나 혼자서 왕복 4차선 넓은 길을 운전해 갈 때도 있다.

그런 길에서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음악을 들으며 하는 운전이 힘들면 얼마나 힘들 것인가.

유럽에선 교대운전 필요 없다.

 

 

 

차 안의 공기 순환장치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차의 공기순환장치를 “외부공기 차단”으로 해 놓고 다닌다.

대부분 매연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또는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라고 그렇게 한다고 하고 택시 기사 중에도

하루종일 그렇게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것은 절대 금물이다.

그것은 마치 커다란 김장용 비닐봉지를 하나씩 머리에 쓰고 한 시간,

두 시간 버티는 것과 똑같은 행동이다.

차는 밀봉상태가 완벽해서 창문을 닫고 외부공기를 차단해놓으면 외부 공기는 완전히 차단된다.

매연만 들어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산소도 들어오지 않고 실내의 이산화탄소도 나가지 않는다.

커다란 비닐봉지를 머리에 쓰고 밀봉한 채로 한 시간 두 시간 버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상태로 10분, 20분 지나면 가슴이 답답하고 졸리고 몸이 뒤틀리고 멀미도 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외부공기를 차단시키면 실내 공기는 급격히 탁해진다.

 

 

 

차는 언제나 외부공기가 들어와야 한다.

그래서 에어컨을 켜면 기본적으로 외부공기 유입 상태가 되도록 설정되어있는 차종도 있다.

(혹시 잊어버릴까봐)

창문을 조금 열어두는 것으로는 환기가 충분치 않다.

외부공기 차단상태에서는 창문 주변에서만 공기가 맴돌 뿐, 실내 공기가 제대로 순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운전석 의자

 

 

운전석 의자는 사무실에서와 마찬가지로 곧추 세워야한다.

간혹 소파에 기대앉듯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런 자세로 장거리를 갈 수는 없다. 쉽게 피곤해지고 금방 졸음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등받이와 몸은 빈 공간이 없이 최대한 밀착시켜야한다.

특히 허리 뒤쪽에 공간이 많이 남아있으면 얼마 가지 않아 허리가 아파온다.

한 두 시간은 괜찮고 하루 이틀은 괜찮지만 조금씩 아파오는 허리의 불편함을 참으며 운전하는 일은

점점 힘들어진다.

 

운전석 시트는 나름대로 최대한 밀착시킬 수 있도록 제작되어 나오지만,

고객들의 다양한 체형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제품이 나의 체형에 맞춘 듯 들어맞기는 어렵다.

새 차를 받으면 무엇보다 먼저 운전석에 앉아 등받이를 곧추 세운 상태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가 되도록, 특히 허리 아래쪽 공간을 섬세하게 조정해야한다.

나의 경우는 기다란 목베게나 타올 두어장을 길게 말아 허리 아래쪽~엉덩이 사이의 빈 공간을 메운다.

그렇게 해서 운전석과 몸을 최대한 밀착시키면

몇날 몇일 아무리 장거리 운전을 해도 등이나 허리가 아픈 일은 없다.

 

운전석과 핸들의 간격은 팔을 쭉 뻗어 핸들의 가운데를 잡았을 때

핸들을 힘있게 밀 수 있는 정도가 적당하다.

팔이 구부러질 정도로 가까워도 유사시에 위험할 수 있고

너무 멀리 떨어지는 것도 장시간 운전하면 팔과 어깨가 아파지기 쉽고

유사시 핸들 조작도 어려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