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시내운전

 

유럽의 교통규칙이나 한국의 교통규칙이나 거의 같다.

교통 표지판의 모양도 똑같거나 비슷하고 교통법규도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그러나 차이는…. 유럽 사람들은 모든 교통규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것이다.

 

이따금 ‘유럽 자동차여행이 쉽다’는 말만 믿고 ‘그냥’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현지에 가서 한국식으로 대충 다니면서 위험한 상황을 만들기도 하고,

욕도 얻어먹으면서 다니다가 “죽을 뻔 했다” 며 원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게 누굴 원망할 일인가 싶다.

유럽의 교통사고율은 한국의 1/2, 1/4 수준이다.

마구 다녀도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 ‘모두가 모든 규칙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대도시 도심지도 운전하기 어렵지 않다. 사진은 바르셀로나 도심

 

 

 

신호등은 길가 기둥에 붙어 있다.

 

 

유럽의 신호등은 도로 한 가운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도의 보행자 신호등 기둥에 함께 붙어있다.

간혹 도로 가운데 신호등이 있는 곳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인도 쪽 기둥에 보행자 신호등과 함께 세워져 있다.

그래서 얼른 보면 신호등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파리 시내의 꽤 큰 사거리에도 길 가운데에는 신호등이 없다.

 

 

 

그리고 그 기둥의 위치도 정지선 앞쪽에 있으므로 정지선을 넘어가면 신호등을 볼 수가 없다.

정지선을 지키지 않을 수가 없는 구조다.

한국에서 으레 하던 것처럼 정지선을 슬쩍 넘어가서 차를 멈추게 되면 신호등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신호가 바뀌어도 모르고 있다가 뒤차가 빵빵대면 움직이는 멍청이 노릇을 하게 된다.

 

 

간혹은 길쪽으로 신호등이 하나 더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신호등은 횡단보도 기둥에만 붙어있다.

 

 

 

금지되지 않은 것은 자유다.

 

 

한국의 교통규칙은 하라는 것만 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유럽에선 반대다. 금지하는 것 외엔 모두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좌회전,

유턴 금지 표시가 없는 교차로에서는 직진 신호에 좌회전 유턴해도 될까?

‘금지되지 않은 것은 자유’, 금지 표시가 없다면 당연히 가능하다.

 

 

 

직진 신호등에서 모든 차들이 좌회전 한다. 유럽에는 좌회전 신호등 없는 곳이 많다.

 

 

 

주차금지 표지가 없다면? 주차해도 되고,

정차금지 표지가 없다면? 정차해도 된다.

그러나 주차금지 표지가 있다면 주차하면 안되고,

주정차 금지(X표) 표지가 있다면 주차는 물론이고 잠깐 멈추는 정차도 안된다.

이 얼마나 심플한가.

하지 말라는 것만 하지 않으면 정말 쉽고 편하게 다닐 수 있다.

 

 

 

유턴과 우회전 금지 규제판이 있다. 그대로 따르면 된다.

 

 

 

우회전에도 규칙이 있다.

 

 

한국에선 우회전 신호등을 거의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우회전은 언제나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심지어는 정면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고 줄지어 오는 차들 틈으로도 마구 끼어들어간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교통경찰도 그렇게 운전하므로 우회전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유럽에서 이렇게 하는 사람은 없다.

전방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고 진행해 오는 차가 있다면

그 차들이 지나갈 때까지 무조건 기다려야하고,

횡단보도에 사람들이 있을 때 그 사람들 사이를 헤치듯이 지나가는 것도 안된다.

우회전 신호등이 있다면 ‘반드시’ 지켜야하며 이를 어기면 ‘신호위반’이다.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도 많다.

 

 

 

정지선도 칼같이

 

 

유럽에서는 모든 차들이 정지선을 칼같이 지킨다.

정지선을 넘어가면 신호등을 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두가 습관이 되어있기 때문에 신호등이 없는 곳에서도 정지선을 슬쩍 넘어가서 멈추는 차는 거의 볼 수 없다.

 

 

파리 뒷골목의 오토바이들도 정지선은 칼같이 지킨다.

 

 

골목 입구를 막으면 안된다

 

 

특히 주의해야할 곳이 작은 골목 입구다.

전방에 교차로가 있고 신호 대기하는 차들이 길게 늘어서는 경우,

오른쪽에 작은 골목이 있다면 그 입구는 언제나 비워두어야 한다.

신호대기와 관계 없이 그 골목을 드나드는 차를 방해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신호대기중이라도 골목길 입구는 정지선에 멈춰서 비워 두어야한다.

 

 

시도 때도 없이 차가 밀리는 한국의 도시에서는

그렇게 하면 옆에서 끼어드는 차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므로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골목입구를 막아서는 게 일종의 ‘상식’이지만, 유럽에선 그렇게 차가 밀리는 일도 없거니와,

그럴 경우 골목에서 나오는 차들도 큰 길을 주행하는 차에 양보하고 기다리기 때문에 조바심 낼 것 없다.

그런 골목 입구에는 정지선이 표시돼 있고, 정지선에 정차하면 된다.

 

 

공항에서 줄을 설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사람들만 이런 식으로 줄을 서는 것 같다.

 

 

 

보행자가 최우선이다

 

 

사람과 차가 같은 길 위를 간다면 사람에게 절대적인 우선권이 있다.

유럽에는 사람과 차가 섞여 다니는 길도 거의 없지만

복잡한 도심이나 야영장 구내처럼 인도와 차도 구분이 없는 길이 있다면

차는 사람이 걷는 속도를 넘어설 수 없다.

우리처럼 인파 사이를 헤치며 달리거나 걸어가는 사람 뒤를 따라가며 경적을 울리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서 있으면 무조건 멈춰 서야 한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을 때는 무조건 멈춰서서 그 사람이 길을 ‘거의 다 건너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일단 사람이 보이면 멈춰 서야 하고 그 사람이 길을 건너갈지 아닌지 확인 될 때까지는 출발하면 안된다.

멈춰서는 자리도 정지선보다 훨씬 앞이 맞다.

내가 빨리 멈춰야 그 사람도 빨리 건너갈 것이므로 미리 멈추는 게 서로 이익이다.

 

길 건너가는 사람을 향해서 슬금슬금 차를 움직인다거나,

사람들이 건너가는 코앞까지 와서 멈추거나

, 보행자가 지나자마자 급하게 차를 출발시키거나… 이런 것들은

모두 무방비 상태의 보행자를 불안하게 하는 몰상식한 운전이다.

유럽에선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근처에 경찰이 있다면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으로 벌금을 물릴 수도 있다.

 

 

유독 이탈리아의 도시지역은 한국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탈리아 사람들이 무시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