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야영장(캠핑장 이용법)
유럽 사람들에게 있어 ‘휴가여행’이란 곧 야영장을 찾아가 푹 쉬다 오는 것을 의미할 만큼
야영장이 일반화되어있고 야영장도 매우 많다.
여름 휴가시즌 고속도로에는 캠핑카 수가 트럭 수보다 더 많을 때도 있고,
유럽 전역의 주유소 숫자보다 야영장 숫자가 더 많을 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야영장은 흔히 있다.
유럽의 야영장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이
한국의 해수욕장 텐트촌이거나 자연휴양림 야영장일 것이다.
그러나 유럽의 야영장은 여러 면에서 한국의 야영장과 차이가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찾아가기 쉬운 곳 – 대도시 주변에도 많고 유명 관광지 주변에도 많고
고속도로 가까운 곳에도 많다는 것이다.
유럽에는 ‘장마’라는 게 없으므로 여러 날 동안 폭우가 오는 일은 거의 없고,
비가 오더라도 이슬비처럼 내리는 게 보통이다.
여름이 더운 지중해 연안 지역을 제하면 파리나 모기 같은 것도 없어서 야외 생활하기가 매우 쾌적하다.
하여튼 무슨 시설이 더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유럽의 야영장은 모든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유럽의 야영장 시설은 나라별로도 별 차이가 없어서
야영장 안에 있으면 여기가 독일인지, 이탈리아인지, 프랑스인지…. 알기 어렵다.
야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대부분 유럽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므로 말하는 걸 듣기 전에는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기 어렵다.
야영장 시설
유럽 어느 나라에서든 야영장 바닥은 100% 잔디밭이거나 자잘한 자갈돌 위에 텐트를 치게 돼 있고
자리마다 220볼트 전기를 쓸 수 있는 콘센트가 마련돼 있다.
사계절 온수샤워를 할 수 있는 샤워부스가 넉넉히 마련돼 있고 세탁실에는 동전 넣고 쓰는 세탁기도 있다.
야영장의 등급은 별로 표시하는데, 별 없는 야영장부터 별 네 개짜리 야영장까지 있다.
그러나 우리처럼 잠만 자고 가는 ‘투어링’ 여행자들은 별 없는 야영장이 더 좋은 점도 있다.
어차피 여러 가지 시설이 있어봐야 이용할 일이 별로 없으니까.
기본적인 시설 – 깨끗한 바닥, 전기시설, 샤워장…. 이런 것들은 어느 야영장이나 다 갖춰져 있고
여기에 더해 어린이 놀이터, 풀장, 운동장, 방갈로, 레스토랑…. 이런 시설들이 추가되면 별이 더 붙는다.
별 많은 야영장은 그만큼 인기도 좋아서
여름 휴가철 별 네 개짜리 야영장은 예약 없이 들어가기 어려울 수도 있고 유원지처럼 번화하기도 하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아침 일찍 나가서 해 질때까지 돌아다니는 ‘투어링’ 여행을 하기 때문에
야영장 부대시설이 잘 돼 있다 해도 이것을 이용할 시간이 없다.
야영장 놀이터에서 놀 시간에 하나라도 더 봐야하기 때문이다.
또 별 많은 야영장은 요금도 비싸므로 굳이 이런 곳을 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방갈로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야영장에 따라서는 방갈로(난방시설 없는 간이 숙박시설)가 있는 곳도 있지만 없는 데가 더 많고,
있다고 해도 이런 곳은 그 지역 사람들이 일찌감치 예약해서 차지하기 때문이다.
5월이나 9월경의 비수기라면 빈 방갈로가 남아있을 수도 있다.
4~6인까지 이용할 수 있는 방갈로의 요금은 60~70유로 정도다.
야영장비를 대여해주는 야영장은 거의 없으므로 텐트와 야영장비는 모두 준비해 가야한다.
노르웨이, 스웨덴등 북유럽의 야영장에는 통나무집(히테)이 꼭 있고 요금도 저렴하다.
방 안에 화장실은 없지만 주방시설은 되어있다.
이불을 주는 곳도 있고 주지 않는 곳도 있으므로 준비해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예약/위치확인
유럽의 야영장은 예약이 필요 없고 예약을 할 수 없는 곳도 많다.
파리/로마 같은 대도시 주변의 야영장이나 이름난 피서/관광지 근처의 야영장은
여름 휴가철에 자리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런 지역이 아니라면 언제 가더라도 텐트 하나 칠 자리는 있다.
그래서 유럽 야영장 대부분이 사전예약을 받지 않고 있고, 예약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야영장 위치를 국내에서 미리 알고 갈 필요도 없다.
그냥 돌아다니다가 해질 무렵쯤 내비게이션이나 구글지도에서 “Camping”을 찾으면
근처에 있는 야영장 리스트가 거리 순서대로 주루룩 뜬다.
전화번호와 위치가 함께 안내되므로 전화를 걸어보아도 되고 그냥 가도 된다.
요금
야영장 요금은 여러 가지 항목으로 분류하여 계산된다.
차의 종류/인원수/전기사용/텐트 갯수….등 항목별로 얼마얼마 계산한 다음 토탈 요금을 받는데,
보통 승용차 한대에 텐트 하나, 사람 3~4명 정도가 이용하고
전기를 사용한다면 하루에 25~30유로 정도 든다.
나라별로 요금 차이가 있고 야영장의 등급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지만
물가 비싼 북유럽도 야영장비용은 다른 나라와 별 차이가 없다.
운영기간/이용시간
유럽의 야영장은 대부분 5월부터 10월까지 문을 열고 11월부터 4월까지는 문 닫는 곳이 대부분이다.
파리나 로마 시내에 있는 야영장, 스위스 스키리조트 근처의 야영장은
겨울에도 문을 여는 곳이 있지만 캠핑카가 없다면 이 시기에 텐트를 치기는 어렵다.
겨울이 온화한 지중해 연안의 야영장도 겨울에 문을 여는 곳이 많다.
야영장도 호텔과 마찬가지로 프론트 데스크에서 체크인/아웃을 하고 이용하도록 되어있다.
아무나 아무 때나 차를 가지고 들락날락할 수 있다면 치안문제도 생길 수 있는 일이므로
모든 야영장이 그렇게 한다.
체크인/아웃은 사무소에 사람이 있는 시간에만 가능하다.
따라서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는 야영장을 들어갈 수 없고 점심시간에 쉬는 야영장도 많다.
차단기가 열리지 않으므로 들어갈 수 없고 맡겨놓은 여권을 찾아야하므로 철수해 나갈 수도 없다.
새벽에 나갈 것이라면 사무소 직원에게 전날 미리 말해 두어야한다.
야영장 리셉션의 근무시간은 대개 08:00~12:00, 14:00~20:00 정도다.
야영장 예절
유럽 야영장에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어린 자녀들과 함께 여행 다니는 젊은 부부들이다.
대충 먹고사는 사람들이기보다는 매우 예의바르고 지적인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노부부들끼리도 많이 다니는 데 이들도 매우 점잖고 여유 있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하여튼 유럽의 야영장은 대부분 ‘조용한 곳에서 푹 쉬러 온 가족팀’들의 공간이다.
밤에는 물론이고 낮에도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해가 진 뒤에는 분위기가 더욱 엄숙해져서 발소리를 저벅 저벅 내면서 걸어 다니는 것도 신경 쓰일 정도다.
야영장 내에서는 자동차의 속도도 사람이 걷는 속도 – 시속 5km 이내로 제한된다.
걸어가는 사람을 앞질러 차를 몰아가서도 안되며 아무도 그러지 않는다.
유럽의 야영장이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대부분 여자들끼리 가는 팀)이 있지만,
이렇게 엄숙하고 점잖은 분위기에서 치한이나 도둑이 어슬렁거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고
야영장에서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체인야영장
유럽 내 수 천 군데 야영장을 체인 형태로 연결한 ‘EFCO&HPA’ 같은 야영장 단체도 있다.
‘유스호스텔 연맹’처럼 가맹점 위치 지도도 제공하고
가입회원에겐 할인혜택도 주지만 굳이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유럽의 모든 야영장이 이 체인에 가입돼 있는 것도 아니므로
체인을 찾아서 멀리까지 갈 이유도 없고 할인도 유료회원이 되어야 받는 것이므로
이 체인점만 계속적으로 누적해서 이용하지 않는다면 비용면에서도 별 이익이 없다.
야영 준비
기본적인 취사도구 외에 야영장에서 꼭 필요한 물품은 텐트와 깔판, 그리고 전기 담요다.
유럽의 기후는 지역별로 다르고 해에 따라서도 차이가 커서 몹시 더운 지역/기간도 있지만,
아침 저녁으로 으스스한 때도 많다.
특히 북유럽이나 알프스 산악지역은 한여름에도 아침 저녁에는 두터운 옷을 입어야 할 정도이므로
유럽에서 야영을 하려면 전기담요는 필수다.
전기담요는 유럽에서 팔지 않으므로 반드시 한국에서 가지고 가야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3만원 정도면 3인용 큼직한 것을 살 수 있다.
전기담요가 있으면 깔판은 바닥이 배기지 않을 정도로만 얄팍하게 깔아도 된다.
이런 깔판도 부피가 많이 나가므로 한국에서 가지고 갈 수는 없고 유럽에서 사야하는데,
현지의 대형마트 레저용품 파는 곳에 가도 있고, 데카트롱같은 아웃도어 전문마켓에 가도 있다.
가격은 3~4인용 텐트 기준 3~4만원 한다.
고기를 굽거나 요리할 때 편리한 가스버너도 한국에서 가지고 갈 수 없으므로 현지의 대형마트에서 사야한다.
그 외 텐트 안에서 쓸 LED등, 작은 손전등도 가지고 가면 편리하고,
가스버너 대신 전기쿠커가 있어도 좋다. 전등은 LED 제품이 밝기도 밝고 배터리도 오래 가므로 좋다.
* 침낭
유럽의 대형슈퍼 레저용품 코너에 가면 적당히 사용할만한 침낭 종류들이 있다.
요즘의 공산품들이 다 그렇듯이 이런 물품도 대부분 중국제품으로
가격도 한국이나 유럽이나 비슷하므로 한국에서 일부러 사갈 필요는 없다.
침낭은 자루형으로 된 것은 답답하고 지퍼식으로 되어있어서 펼치면 담요나 이불처럼 쓸 수 있는
제품이 활용도가 넓다.
* 가스버너
가스버너는 유럽 여러 나라마다 여러 종류가 있지만
한국에서 흔히 쓰는 ‘부루스타’같은 종류는 쉽게 볼 수 없다.
또 우리나라에서 등산용으로 나오는 고압가스버너(가스통 위에 나사가 있어 돌려 끼우도록 돼 있는 것)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겉모습은 비슷해도 나사의 모양이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쓰던 등산용 가스버너를 유럽에 가져간다 해도
거기서 짝 맞는 가스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부탄가스 연료는 비행기 화물로는 절대로 실을 수 없고 버너와 가스는 짝이 맞아야하므로
가스버너도 현지 마트에 가서 세트로 사는 것이 좋다.
‘데카트롱’같은 아웃도어 전문매장이나 카르푸같은 큰 마트의 레저용품 코너에 가면 쉽게 살 수 있다.
야영장 텐트치는 자리마다 220볼트 전기가 다 들어오므로 가스버너는 굳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 텐트와 깔개
텐트나 깔개같은 야영장비도 한국에서 가져갈 필요가 없다.
여럿이 떠난다면 가지고 갈 수 있는 수하물의 양이 많으므로 괜찮지만
비행기에 실을 수 있는 1인당 수하물은 20~23kg으로 제한돼 있으므로
두세 명이 떠나는 여행이라면 텐트까지 가지고 갈 수는 없다.
유럽에는 도시마다 레저용품을 전문으로 파는 대형 매장이 있고
카르푸같은 마트로 가도 레저용품 코너가 있다.
전문적인 산악등반이 아니라면 이런데서 저가형 텐트를 사도 충분히 쓸 수 있고
쓰고 난 다음 가져오든지 거기서 누구에게 주고와도 된다.
꼭 필요한 야영장비는 텐트와 압축 스폰지로 된 바닥깔개 정도이며
3~4인용으로 한 세트 산다 해도 20만원 이내로 충분히 장만할 수 있다.
아웃도어 전문매장
* 데카트론
유럽 거의 모든 나라에 수백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세계최대의 아웃도어 전문 매장이다.
매장에는 우리가 찾는 야영장비부터 여러 가지 스포츠용품 의류…등 아웃도어 용품이 다 있다.
국내에도 들어와 있다.
구글지도를 열어 대략 가고자 하는 지역에서 ‘decathlon’으로 검색하면
그 일대의 매장 위치가 지도상에 모두 표시되므로 쉽게 찾을 수 있다.
☞ 홈페이지 http://www.decathlon.com
* 글로베트로터
세계에서 여행을 제일 많이 다니는 독일 사람들이 애용하는 아웃도어 전문매장이다.
함부르크 뮌헨 프랑크푸르트…등 독일 내 여러 도시에 전문 매장을 갖추고 있다.
데카트롱보다 고급, 전문적인 제품을 많이 갖추고 있지만
저가형 제품도 있으므로 독일에서는 찾아갈만하다.
이 매장의 위치도 구글지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검색창에 입력할 때
“Globetrotter Ausrustung”라고 입력하면 이 매장만 정확히 검색해 준다.
☞ 홈페이지 https://www.globetrotter.de